기도
기도한다는 것은
나를 바꾸는 것
물들고 오염된 나를 씻어...
진실한 마음으로 맑히는 것
마음을 비우고 허공처럼 넓혀
겸허하고 낮은 자세로
나를 내리는 것이다
기도한다는 것은
지혜로워지는 것
우주의 에너지를 내 안에 담아
잠자던 본성이 밝아지는 것
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받아들여
진리와 함께 충만해지며
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다
기도한다는 것은
나누어주는 것
바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
의지를 키워 힘을 얻는 것
너와 나를 허물어 자비를 베풀며
세상과 더불어 하나 되고자
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
기도한다는 것은
큰 뜻을 세우는 것
참회하고 원력을 굳건히 하여
다 같이 행복한 세계로 가는 것
남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고
남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어
하나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
지금 이 순간을 위한 기도
날마다 반복되는 일상들이 지루했습니다
모두 다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습니다
그러다가 문득, 생각해보았습니다.
날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들을 다시는 반복할 수 없을
어느 날을 말입니다.
새벽녘 현관에 던져지는 신문 소리, 아침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
이제 곧 전동차가 도착한다고 알리는 벨소리
늦을까 서두르는 발자국 소리, 어디선가 나를 찾는 핸드폰 소리
밤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,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소리
주룩주룩 한바탕 퍼붓는 소나기 소리
늦은 밤 텔레비전에서 저 혼자 흘러나오는 애국가 소리
가슴에 아롱아롱 열매로 매달려 있는 삶의 소리들.
다시 들을 수 없다면
다시 맞을 수 없다면
어느 것 하나 눈부시지 않은 순간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
헛되이 흘려버릴 순간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.
가슴 깊이 새기지 않을 순간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.
스치는 바람 한줄기
나부끼는 나뭇잎 하나
떨어지는 꽃잎 한 장
모두 다 가슴에 새기게 되더군요
더러 서운하고 억울하더라도
허허 웃으며 돌아서게 되더군요.
그 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을 그저 무심히 보냈는지.
그 사이 우리의 차가운 눈빛에 아파하고
우리의 가시 돋친 말에 찔리고
우리의 의미 없는 행동에 멍든 사람은 없었는지요
내가 당신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요.
권대웅(시인, 1962-)/자료ⓒ창골산 봉서방